『죽이고 싶은 아이』는 이나가키 아야 작가가 2019년에 발표한 소설로, 모성이라는 이름 아래 숨겨진 복잡하고 어두운 감정들을 사실적으로 파헤친 작품입니다. 이 소설은 육아라는 일상적이고 평범해 보이는 현실 안에서, 한 여성이 느끼는 두려움, 무력감, 그리고 모성을 솔직하게 드러냅니다. 이번 글에서는 『죽이고 싶은 아이』 속 '엄마'가 겪는 두려움과 모성의 감정선을 중심으로 작품이 던지는 날카로운 질문을 분석해 보겠습니다.
완벽한 엄마가 되어야 한다는 압박
주인공은 사회와 주변 사람들의 기대 속에서 '완벽한 엄마'가 되어야 한다는 압박을 끊임없이 느낍니다. 아기는 울음을 멈추지 않고, 엄마는 육체적 피로와 정신적 스트레스에 시달립니다. 그녀는 끊임없이 자신을 책망하고, 육아에 실패했다는 죄책감에 사로잡힙니다. 『죽이고 싶은 아이』는 엄마라는 역할이 여성 개인의 존재를 얼마나 억압할 수 있는지를 정면으로 보여줍니다. 주인공은 아이를 사랑하지만, 동시에 아이로 인해 자신의 삶이 무너져가는 느낌을 받습니다. 이 모순된 감정은 그녀를 혼란과 두려움 속으로 몰아넣으며, 독자들은 이를 통해 '모성'이라는 개념이 결코 단순하지 않음을 체감하게 됩니다.
두려움으로 번지는 모성의 그림자
주인공은 아이를 돌보는 과정에서 통제할 수 없는 두려움을 느낍니다. 아이가 다칠까, 병들까 하는 외적인 걱정뿐 아니라, 자신이 아이를 다치게 할까 봐, 혹은 사랑하지 못할까 봐 두려워합니다. 『죽이고 싶은 아이』는 이처럼 모성의 이면에 자리한 어두운 감정들을 숨김없이 드러냅니다. 주인공이 느끼는 두려움은 단순한 불안이나 초조함을 넘어, 존재의 근본을 위협하는 공포에 가깝습니다. 그녀는 아이를 사랑하려 애쓰지만, 사랑이 강요되었을 때 오히려 사랑할 수 없는 자신을 발견하며 절망합니다. 이 작품은 모성 신화에 균열을 내면서, 진정한 모성은 두려움과 무력감을 포함한 복합적인 감정의 총체임을 말하고 있습니다.
사회적 고립과 이해받지 못하는 고통
주인공의 고통은 아이 자체 때문만이 아니라, 주변 환경과 사회적 인식에서 비롯되기도 합니다. 사람들은 엄마라면 당연히 아이를 사랑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주인공이 느끼는 부정적 감정은 쉽게 이해받지 못합니다. 주변의 무심한 시선과 기대는 그녀를 더욱 고립시키고, 스스로를 더욱 철저하게 몰아붙이게 만듭니다. 『죽이고 싶은 아이』는 육아를 둘러싼 사회적 고립과, 여성 개인이 겪는 정체성 붕괴를 냉정하게 조명합니다. 이 소설은 육아를 '가족의 문제'나 '여성 개인의 책임'으로만 국한하지 않고, 사회 전체가 공유해야 할 문제로 확장시킵니다. 이해받지 못하는 고통은 주인공을 점점 파괴해 나가며, 결국 그녀가 스스로를 구하려는 처절한 결단을 내리게 합니다.
모성은 선택이며, 용기이다
『죽이고 싶은 아이』는 전통적인 모성관을 부정하면서도, 모성을 전면적으로 부정하지는 않습니다. 주인공은 고통과 두려움 속에서도 끝내 아이를 포기하지 않고, 자신의 감정을 직면하려고 합니다. 이 과정에서 그녀는 억지로 이상적인 엄마가 되려는 시도를 멈추고,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받아들이는 용기를 냅니다. 모성은 타고난 감정이 아니라, 선택과 의지, 그리고 때로는 고통을 동반한 결단임을 이 소설은 보여줍니다. 주인공은 완벽하지 않은 엄마로 남기를 선택하고, 그 선택을 통해 진정한 의미의 모성을 새롭게 정의합니다. 『죽이고 싶은 아이』는 모성을 신화가 아닌 현실의 영역으로 끌어내리며, 이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자는 강력한 메시지를 전합니다.
『죽이고 싶은 아이』는 육아와 모성이라는 주제를 통해 인간 존재의 본질적 고통과 구원을 탐구하는 작품입니다. 이나가키 아야는 육아를 찬양하거나 비난하는 대신, 있는 그대로의 모성을 보여주며 독자들에게 불편하지만 중요한 질문을 던집니다. 엄마가 된다는 것은 끝없는 희생이 아니라, 매 순간 두려움과 사랑 사이를 오가며 자신을 다시 만들어가는 과정입니다. 『죽이고 싶은 아이』를 읽고 나면, 우리는 모성을 한 가지 얼굴로만 정의할 수 없으며, 그 복잡성과 진정성을 인정해야 함을 깨닫게 됩니다. 주인공의 고통스러운 여정은 결국 인간 존재에 대한 깊은 연민과 이해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