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콘텐츠가 글로벌 플랫폼인 넷플릭스에서 연이어 성공하면서, 문학을 원작으로 한 드라마 제작 수요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습니다. 특히 추리·스릴러 장르는 몰입도 높은 서사 구조 덕분에 각색에 적합하다는 평가를 받으며 제작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죠. 최근에는 단순한 트릭이나 반전을 넘어 인간 내면, 사회적 메시지를 담은 한국형 미스터리들이 늘어나고 있고, 이는 글로벌 시청자의 취향에도 부합하는 흐름입니다. 이번 글에서는 넷플릭스에서 각색되면 국내외 모두에서 흥행할 가능성이 높은 국내 추리소설을 네 편 선정해, 작품성과 영상화 포인트를 중심으로 분석해 보았습니다.
정해연 – 『유괴의 날』
정해연 작가의 『유괴의 날』은 이미 2023년 ENA 드라마로 방영되어 성공적인 각색 사례로 남아 있지만, 넷플릭스와 같은 글로벌 OTT에 맞춰 리메이크될 경우 더 큰 반향을 일으킬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닌 작품입니다. 유괴라는 무거운 소재를 다루면서도, 전개는 블랙코미디와 감동이 어우러진 휴먼드라마에 가깝습니다. 주인공이 실수로 유괴한 아이를 보호하며 벌어지는 해프닝은 관객에게 웃음을 주는 동시에 인간적인 메시지를 던집니다. 원작은 문체가 경쾌하고 전개가 빠르기 때문에, 에피소드 구성으로 각색 시 흥미로운 흐름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또한 도덕적 회색지대에서 발생하는 인간의 선택을 다루는 점에서 글로벌 시청자와의 정서적 공감대 형성이 가능하다는 점도 영상화 강점입니다.
서미애 – 『당신의 죄를 말하라』
서미애 작가의 『당신의 죄를 말하라』는 가족을 둘러싼 진실과 오해, 억울함을 심리적으로 풀어낸 법정 미스터리입니다. 이 작품은 자극적인 연출보다는 감정선 중심의 서사가 돋보이며, 그만큼 깊이 있는 캐릭터 중심의 드라마로 각색되기 적합합니다. 특히, 여성 주인공이 사건을 추적하면서 가족 내 갈등과 사회적 불평등을 마주하는 구조는, 현재 넷플릭스가 주목하고 있는 ‘여성 중심 심리극’이라는 트렌드와 잘 부합합니다. 복잡하게 얽힌 감정의 퍼즐을 풀어가는 전개는 몰입감을 높이며, 현실적인 대사와 감정의 격차를 영상으로 표현할 경우, 드라마적 울림이 더 커질 수 있습니다. 독자 리뷰에서도 “읽는 내내 마치 드라마를 보는 듯했다”, “사건보다 인물이 기억에 남는다”는 반응이 많은 작품입니다.
정명섭 – 『유품정리사』 시리즈
정명섭 작가의 『유품정리사』 시리즈는 실제 존재하는 직업군을 소재로 하며,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일어나는 작고 소중한 이야기들을 모은 미스터리 연작입니다. 이 시리즈는 각 에피소드가 독립적으로 구성되어 있어, 넷플릭스 드라마의 일반적인 포맷—시즌제, 옴니버스 구조—와 매우 잘 어울립니다. 특히 주인공이 유품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밝혀지는 작은 단서와 그 이면의 인간 이야기는, 시청자에게 잔잔하지만 깊은 감동을 선사할 수 있습니다. 영상화될 경우, '고요하지만 서늘한' 한국형 정서가 전면에 부각되며, 미니멀한 구성으로도 충분한 미스터리와 감정선을 유지할 수 있는 작품입니다. 글로벌 콘텐츠에서 각광받는 ‘힐링형 미스터리’로도 분류될 수 있으며, 삶의 흔적을 통해 인간을 이해하는 이야기 구조는 전 연령층에 어필할 수 있습니다.
황시운 – 『비둘기에게 나는 법을 가르쳐봤자』
『비둘기에게 나는 법을 가르쳐봤자』는 기존 추리소설 문법을 탈피한 감성 서스펜스입니다. 사회에 적응하지 못한 청년이 고립된 공간에서 내면과 마주하는 과정을 따라가며, 뚜렷한 사건보다 감정의 흐름과 분위기로 긴장감을 조성합니다. 이 작품은 드라마보다 영화에 가깝다는 평가도 많지만, 영상화될 경우 넷플릭스의 예술적·실험적 라인업과 높은 적합도를 보입니다. 특히 감정 중심, 인물 내면 묘사, 최소화된 등장인물 등은 저예산 제작에도 강한 몰입감을 유지할 수 있으며, 연출자의 개성이 드러날 여지도 큽니다. 넷플릭스는 이미 여러 국가에서 ‘정적인 감성 미스터리’ 장르를 실험하고 있으며, 이 작품은 그러한 흐름에 부합하는 국내 대표작으로 손색이 없습니다. 독자들은 “잔잔하지만 무서운 책”, “내 감정을 끝까지 흔드는 추리소설”이라고 표현할 만큼, 영상화 시 깊은 여운을 남길 가능성이 큽니다.
넷플릭스 각색이 기대되는 국내 추리소설은 단순히 반전이나 스릴만으로 승부하는 작품이 아닙니다. 감정선, 인간관계, 사회 메시지를 함께 품은 작품들이야말로 영상화 시 더욱 폭넓은 시청자층과 공감할 수 있습니다. 『유괴의 날』은 인간미와 유머를, 『당신의 죄를 말하라』는 현실적 심리와 감정의 층위를, 『유품정리사』는 따뜻한 여운과 정서적 미스터리를, 『비둘기에게 나는 법을 가르쳐봤자』는 정적이고 감각적인 내면 추리를 각각 대표합니다. 이 네 작품은 모두 넷플릭스 각색 시 새로운 서사의 지평을 열 수 있는 잠재력을 갖추고 있으며, 독자이자 시청자로서 우리가 기대해 볼 만한 이유가 충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