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미스터리 소설의 인기가 다시 뜨겁습니다. 그 중심에는 꾸준한 인기를 자랑하는 히가시노 게이고를 비롯해, 90년대 이후 등장한 신본 격 작가들, 그리고 사회문제를 다루는 깊이 있는 사회파 작가들의 작품이 자리 잡고 있는데요. 이번 글에서는 최근 다시 조명을 받고 있는 이 세 가지 미스터리 흐름을 중심으로, 각 장르의 대표적인 특징과 작품들을 소개해드리겠습니다.
히가시노 게이고, 변함없는 국민 작가의 귀환
히가시노 게이고는 설명이 필요 없는 이름입니다. 그동안 수많은 명작을 남긴 그는 여전히 일본은 물론 한국에서도 베스트셀러 작가로 활약 중입니다. 그런데 최근 몇 년간, 그의 작품이 또다시 주목받는 이유는 단순한 인기 때문만은 아닙니다. 히가시노의 최근 작품들은 이전보다 한층 더 진지하고 성숙한 톤을 보여줍니다. 『기도의 막이 내릴 때』, 『인어가 잠든 집』, 『방황하는 칼날』 등의 작품은 단순한 사건 해결이 아닌, 인간 내면과 도덕적 딜레마를 깊이 있게 그려내며, 사회적 문제까지 다뤄 독자에게 더 큰 울림을 전하고 있죠. 특히 2023년~2024년을 지나면서는 그의 초기작들이 재조명되며 리디북스, 예스 24 등 전자책 플랫폼에서 다시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히가시노 작품은 언제 읽어도 흡입력이 있다”, “감정과 추리가 이토록 잘 어우러지는 작가도 드물다”는 독자들의 리뷰가 이를 증명합니다. 또한 ‘가가 교이치로’ 시리즈는 히가시노의 대표 탐정 캐릭터로서, 감정의 결을 따라가는 방식이 여전히 많은 이들의 공감을 사고 있습니다. 이전보다 더 부드럽고 인간적인 시선으로 사건을 바라보는 이 시리즈는, ‘추리소설=냉철함’이라는 고정관념을 깨는 대표적인 사례이기도 하죠. 히가시노는 단순한 트릭의 마스터가 아닌, 사람을 읽는 이야기꾼이라는 점에서, 지금 이 시대에 더 강하게 다시 떠오르고 있는 작가입니다.
신본 격 추리소설의 재조명
신본격신본 격 미스터리는 1980~90년대 일본에서 등장한 새로운 추리소설 흐름으로, '본격'의 정통성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장르입니다. 아야츠지 유키토, 니시오 이신, 아비코 타케마루, 오리하라 이치 등 여러 작가들이 활약했지만, 한때 이 흐름은 ‘너무 마니악하다’는 평가를 받으며 주류에서 살짝 벗어나기도 했죠. 그런데 최근 들어 독자들의 미스터리 취향이 다시 ‘퍼즐 풀기’ 중심의 재미로 돌아오면서, 신본 격 추리소설이 다시금 주목받고 있습니다. 대표작으로는 아야츠지 유키토의 『십각관의 살인』, 『어나더』, 오리하라 이치의 『살육에 이르는 병』, 니시오 이신의 『절단마녀의 이야기』 등이 있는데요. 이들 작품은 독자에게 직접 추리의 기회를 주며, 이야기 구조 속에 철저하게 ‘논리’를 심어둡니다. 특히 ‘클로즈드 서클’, ‘고립된 공간’, ‘제한된 용의자’라는 설정은 여전히 신본 격의 핵심 요소로 작용하고 있으며, 요즘처럼 빠르게 소비되는 콘텐츠 속에서 오히려 그 느린 전개와 치밀함이 독자들에게 색다른 매력으로 다가오고 있습니다. 신본 격 소설은 단순히 ‘누가 범인인가’를 넘어서, 그 결말에 이르기까지 독자와의 치열한 두뇌 싸움을 즐기게 만드는 장르입니다. 퍼즐 맞추는 걸 좋아하거나, ‘트릭’을 사랑하는 독자라면 지금이야말로 신본 격 추리소설을 다시 찾아볼 시기입니다.
현실과 맞닿은 이야기, 사회파 미스터리의 존재감
사회파 추리소설은 일본 전후 문학의 중요한 흐름 중 하나로, 범죄를 단순한 사건으로 다루기보다는 사회 구조나 인간 군상의 일면으로 조명합니다. 미야베 미유키, 요코야마 히데오, 마치다 고지 등이 대표적인 사회파 작가들이죠. 2024년 들어 사회적 공감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면서, 이 장르 역시 다시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미야베 미유키의 『화차』와 『모방범』, 요코야마 히데오의 『64』, 마치다 고지의 『유성의 인연』 같은 작품들은 사건보다 ‘인간’을 중심에 둔 서사가 돋보입니다. 특히 『64』는 경찰 조직 내부의 구조적 모순과 언론과의 갈등을 담아낸 작품으로, 단순한 스릴이 아닌 조직과 권력의 이면을 조명하며 독자에게 깊은 인상을 남깁니다. 이러한 사회파 미스터리는 속도감 있는 전개보다는 서서히 쌓여가는 심리 묘사, 그리고 현실감 있는 설정으로 묵직한 감동을 전달합니다. 최근 드라마화나 영화화를 통해 다시 읽히는 경우가 많은 것도, 이러한 장르의 스토리적 깊이 때문입니다. ‘현실적인 범죄 이야기’와 ‘사람 냄새 나는 추리’를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사회파 추리소설은 놓치기 어려운 장르입니다. 여운이 길게 남는 책을 원한다면, 이 장르가 제격이죠.
일본 미스터리 소설은 다시 뜨고 있습니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감성적 추리, 신본격 미스터리의 논리적 쾌감, 사회파 소설의 깊은 울림까지. 각각의 스타일은 독자에게 다른 방식으로 매력을 전달하며, 지금 이 시점에 더없이 잘 어울리는 장르들입니다. 일본 미스터리의 재부흥기를 맞이한 2024년, 당신만의 스타일에 맞는 작품을 찾아보세요. 독서의 즐거움과 사고의 깊이를 동시에 경험할 수 있을 것입니다.